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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부추겨 질병 작동 시스템 무장해제”
[건강2.0] 환자 감정 다스려 치료하는 한의사 최인원
EFT 요법으로 핵심감정 추적
불안·분노 등 부정 응어리 걷어내
“고질병 낫지만 만병통치 아니다”
한겨레     권복기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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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S심리치료센터 소장 최인원씨.

 

자신이 배운 지식과 다른 현상을 맞닥뜨리게 되면 누구든 당황하기 마련이다. 한의사인 최인원 엠비에스(MBS)심리치료센터 소장도 그랬다.

“쉬운 증상인데 오래 치료해도 낫지 않기도 하고, 어려운 병이 의외로 쉽게 낫기도 했습니다.” 의문이 들었다. 침이나 약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자 그런 의문은 고민이 됐다. 그런 고민을 화두처럼 들고 몇 년을 지냈다.

어느 날 화두가 깨졌다. 결론은 마음이었다. “환자의 심리적인 태도가 질병 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자 마음에 깃든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근치는 어려웠다. 이심치병(以心治病), 마음으로 병을 고친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러자 환자와 그가 앓고 있는 질병이 다시 보였다. 마음을 다스리자 치료도 잘됐다.

서울 강북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할 때 치료했던 환자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척추협착증으로 고생하던 70대 할아버지였다. 병원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니 척추가 한쪽으로 심하게 휘었고, 뼈가 신경을 눌러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는 고령이라 수술이 어렵고 다른 치료방법도 없다고 했다.

“그 어르신에게 담양의 대나무 사진을 주면서 매일 내 척추가 이 대나무처럼 곧고 튼튼해지는 모습을 상상하시라고 했습니다. 북한산을 볼 때마다 산을 오르는 모습도 떠올리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분은 제 말을 믿고 잘 따라주셨어요. 두세 달 지나자 상태가 좋아져 잘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음의 힘은 그처럼 위대했다. 단지 자신이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한의대에 다닐 때 노자의 무위이불무위(無爲而不無爲)에 끌려 노장사상에 심취했다. (도는 늘) 함이 없지만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무불위하는 무위에 이르고 싶어” 10년 이상 여러 종류의 기공과 명상에 관심을 가지며 마음을 공부했던 그였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기술이라는 뜻의 이에프티(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를 만났다. 이에프티는 미국의 초교파 교회 목사인 게리 크레이그가 침술과 언어를 결합해 만든 심리치료법이다. 방법은 증상과 관련된 말이나 자신이 원하는 상태를 말로 표현하면서 손가락으로 특정한 경혈을 두드리는 것이다. 침은 쓰지 않는다.


“이에프티의 원리는 한의학과 상당 부분 통합니다. 신체 에너지 시스템의 혼란이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며 그런 감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육체적 또는 심리적 질병을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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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열린 ‘제10회 에너지 사이콜로지 콘퍼런스’에서 EFT 창시자인 게리 크레이그(가운데)와 만나 찍은 사진.

 


최 소장은 이에프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가서 창시자인 게리 크레이그도 만났다. 공부를 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7년 전부터 환자들의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방법으로 이를 쓰기 시작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가장 극적인 효과는 환지통 환자였다. 환지통은 사고로 사라진 신체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교통사고로 팔이 절단된 환자였는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마약성 진통제를 써도 통증은 여전했다.

“핵심 감정을 추적해보니 자신이 사고를 당했을 때 차를 운전했던 사람에 대한 분노가 원인이었습니다. 이에프티를 통해 분노의 감정을 없애고 그 사람을 용서하도록 하자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늘 긴장하고 불안감에 시달리던 약사, 편도염으로 고생하던 30대 중반의 여성, 대머리로 인해 대인기피증이 심했던 청년, 위궤양으로 6개월째 고생하던 여성 등 많은 이들이 이에프티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증세가 호전됐다.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실험도 해봤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 3명에게 30분쯤 이에프티를 시킨 뒤 피를 뽑아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엽전 꾸러미처럼 이어 붙어 연전현상을 보이던 적혈구가 낱낱이 떨어져 정상 상태로 돌아갔다.

“어떤 환자는 몇 달째 고생하던 증상이 30분 만에 개선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재발하지도 않았고요.”

물론 최 소장도 이에프티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의료인이 쓸 “선택지가 하나 더 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간편함에 비해 효과는 탁월했다. 그 자신도 만성항강증(목 결림과 두통)을 고쳤고 대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는 워크숍을 통해 이를 알리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 한의사, 성직자, 자기개발 강사, 기업체 시이오(CEO) 등 1000여명이 다녀갔다. 그는 한의원 운영 시스템을 고쳐 침과 약의 사용을 최대한 줄였다. 이름도 MBS(Mind·Body·Spirit) 심리치료센터로 바꿨다. 이에프티 한의학회도 만들었다.

“많은 병이 마음에서 생깁니다. 마음에 쌓인 감정의 응어리를 풀면 병은 쉽게 나을 수 있습니다. 또 긍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지내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최인원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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