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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T경험담

 

 

 

 

몇년 전 <현존수업>에 나오는 의식적 호흡을 따라했다가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하는 공포를 경험했었다. 내 사지는 공벌레같이 말려들어가는 기분이었고, 내 동공은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면서 세상을 보고 있었고, 그런 나를 위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휩쌓였었다. 그때 불현듯 직감적으로 이게 나의 내면아이 쌩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처음으로 내가 그런 상태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채 겉으로는 엄청 괜찮은 척, 강한 척을 하며 사느라 애 쓰고 있었구나를 알게 됐었다. 그러다 올해초였나? 다시 불혀듯 직감적으로 내 상태가 왠지 엄마 뱃속 상태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람들은 그간 나에게 유능함을 비춰주었지만 내 유능함이 드러날 수록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치심과 두려 움을 느끼며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곤 했었다.

 

그런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그런 나를 답답해하듯이 주변인들도 나를 답답하게 생각했고 답답 하게 바라봤다. 사람들이 나에게 한발만 내딛으면 된다는데 나는 늘 그 한발을 내딛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안하고 마는 선택을 하곤 했었다. 유능함의 비춤을 받을 수록 존재의 쓸모를 확인받을수록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무능하고 쓸모없는 나를 다시 경험하고 있었다. 그토록 유능해지고 싶었는데 막상 유능하다는 비춤이 나에게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안에서는 나의 무능함이 또 들통날까 세상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토록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비춤이 나에게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안에서는 나의 쓸모없음이 또 들통날까 세상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사람을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무엇에 대하여? 나에 대한 '실망'과 '비난'과 '외면'을. 나는 또 다시 상처받는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비난받는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버려지는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또 환영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허상인걸 머리로는 알고있었지만 현실에서의 대면은 생존의 위협에 버금가는 공포로 다가왔다. 그간 나에 대해서 생각하면 익숙하게 떠올랐던 이미지는 이런 이미지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뚜벅뚜벅 나홀로 걸어가는 모습. 내 가까이에는 내가 손내밀면 잡아주는 사람이 없는 모습. 나 홀로 소리 없이 눈물 훔치는 모습.'

 

나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익숙했었다. 그러다 이런 나의 이미지들이 오래전부터 나에게 각인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곤 했었다. 왠지 처음인거 같지 않은 느낌. 내 뼛속까지 익숙해져 있는 이 느낌.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잊을만하면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언젠가부터 그냥 흘려 들리지 않기 시작했었다."먹고 살기 힘들어서 너만 낳고 안 낳으려고 했어. 그런데 하도 아빠 할머니가 아들은 꼭 낳아야한다고 해서  아들낳을려고 니 동생까지 낳은거야!"

 

나는 내 첫 보험을 내가 성인이 되어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입했었다. 그러다 나에게는 없는 교육보험 이라는 것이 남동생에게는 있다는걸 알고 나는 물었었다. "왜 나는 교육보험이 없고. 재만 있어?" "너 때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보험을 가입할 상황이 안되었는데 니 동생 때는 그나마 형편이 나아져서 들어줬어. " "뭐야! 그럼 같이 들어줘야지! 나는 딸이여서 안들어주고 재는 아들이여서 들어준거야기!!!"

 

"나는 먹고 살기 버거운 상황에 생기고 태어난 아이. 나는 아들을 바라는 집에서 딸로 태어난 아이."

 

이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싶었다. 그런데 이게 대수였다. 아이가 뱃속에서 생겨나 가장 먼저 생기는 장기는 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면 몇주 뒤 심장박동 소리 들으러 병원에 간다. 뇌가 먼저 생겼더라면 뱃속에서도 머리로 뭔가 이해를 했었겠지만 심장이 먼저 생기는 아이는 심장으로 느끼는걸 먼저 경험하게 된다. 뱃속에서 처음 생긴 장기인 심장으로 느낀 감정은 그 아이의 첫 각인되는 감정이 되고, 각인된 감정은 익숙 한 감정으로 자리잡게 된다.

 

내가 그동안 두려워했던 생각들의 뿌리가 뱃속일거라는 퍼즐들이 맞춰지곤 했었다. 추측해보면 내가 생겼을 쯤 아빠는 팔팔한 청춘이었기에 더 술을 고래같이 마셨을거고, 술을 마실 때마다 엄마랑 싸웠을 것이다. 아빠는 술에 취하면 임산부인 엄마가 안 보였을 것이다. 나는 뱃속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난 나의 존재의 뿌리인 나의 부모와 사람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공포를 먼저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혹여나 내가 죽을지도 모를 공포. 혹여나 나를 지워버릴지도 모를 공포. 혹여나 나를 안 낳아줄지 모른다는 공포. 뱃속에서 느낀 감정들로 뇌가 생기고 나서는 어떤 생각들로 이어졌을까? 나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생각에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나는 아들이어야하는데 딸이여서 어쩌지...? 세상 밖으로 나가면 다들 나를 환영해주지 않을 거야... 나는 사 랑받지 못할거야'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형편인데 나까지 태어나면 나는 엄마아빠에게 짐스러운 존재가 될거야'

'내가 세상으로 나가면 환영받지 못할까봐 두려워'

'너는 왜 태어나서 엄마아빠를 힘들게만 하냐고 할까봐 두려워'

'딸인 너는 쓸모없다고 필요하지 않다고 버려질까봐 두려워'

'세상은 두려워.. 사람은 두려워 ...'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는걸 보면 그토록 상상이 되지 않았던 엄마 뱃속에서의 느낌이 이 글을 쓰면서 이제서야 느껴져셔인가 보다. 이 두려움 끝에 태어난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으로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 딸이 되려고 했을거다. 어린 나는 자라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누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이럴거면 낳아주지마 말지. 왜 낳아준거야!'

'나는 태어나지 말아어야했어.'

 

그 어린 아이가 이런 생각을 밥먹듯이 할 정도였다면 뱃속 태아였던 나는 얼마나 내 존재에 대해서 수치심과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했던걸까? 이 감정을 억누른 채 그리 착한 아이가 되어서라도 엄마아빠를 덜 힘들게 하려 애쓰던 어린 내가 보인다. 어쩌면 내가 현존수업 책의 의식적 호흡을 했을 때 그 모습이 엄마 뱃속 상태에서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임)

이상은 서평의 일부분이므로 원문 전체를 보기를 권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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