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이 저승 가기 전의 모습은 사람따라 다양한 것 같습니다. 상담하면서 돌아가신 가족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데 대충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네요.
1. 공포형: 죽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워서 어쩔 줄 몰라함.
2. 체념 좌절형: 이런 분들은 대체로 '여한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진정한 속내는 지금까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어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말기 암환자들 몇 명이 이런 말 하더군요.
3. 정떼기형: 부부간의 정이 각별했던 경우에 죽기 전에 죽을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온갖 폭언 폭행을 해서 만정을 다 떼게 하는 유형인데 이렇게 해야 남은 사람이 지나친 상실감으로 단명하지 않게 됩니다.
4. 망연자실형: 죽음이라는 초대형 변화 앞에서 그저 혼란과 망연자실 상태에 있는 경우인데, 갑자기 말기 암 진단 받은 환자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죽음도 삶도 다 실감나지 않고 온통 혼란스런 상태죠.
5. 집착형: 절대로 안 죽겠다고 절대로 유언도 하지 않고 링거 계속 맞으면서 버티는 유형입니다. '아까워서 못 죽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6. 만족형: 이승의 삶을 돌아보면서 만족과 감사를 표하면서 떠나는 유형입니다. 제 아버지가 여기에 속하는데 '(제 어머니께) 살아줘서 고맙고 좋은 세상 살아봐서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시다 한 열흘 동안 '이제 빨리 가야된다'고 하시더니 드러누운지 약 2주만에 가시네요.
7. 정리형: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만날 사람 만나보고, 벌려놓은 일 마무리하고, 유언까지 하고 갑니다. 제 아버지도 이렇게 하시더군요.
8. 치매 섬망형: 슬프게도 상당수는 여기에 속합니다. 80대 이상은 50%가 치매라서 대부분은 제 정신에 죽지 못합니다. 제 아버지는 원래 치매도 있었고 몇 년 전에 의처증 망상도 심했는데, 제가 대리 EFT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그것은 사라지고 마지막까지 제정신으로 돌아가셨습니다.
9. 후회 회한형: 이승의 삶을 전부 후회하는 유형인데, 저의 친할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셨습니다. 큰아들만 편애하느라 나머지 자식들을 다 내팽개쳐서 외톨이가 되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너무 괴로운지 자결하셨죠.
올해 1월 14일에 저의 아버지께서 그럭저럭 잘 거동하시다가 갑자기 거동도 못하고 드시지도 못하고 계속 졸기만 하다가 댁에서 열흘 동안 어머니의 간호를 받으시다 요양 병원에 가신지 4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신 보름 동안 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아버지를 위해 대리 EFT를 했습니다. 아버지의 평생을 돌아보면서 아버지가 겪었던 온갖 두려움, 슬픔, 절망, 고통 등을 아버지의 입장에서 느끼면서 EFT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너무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아버지의 심리적 고통의 상당 부분이 또한 나의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래 전에 '티벳 사자의 서'를 읽으면서 티벳에서는 가족이 죽을 때가 되면 스님을 초대해 한 달 동안 '티벳 사자의 서'를 독경하면서 망자의 혼을 깨달음으로 인도한다는 글을 보고서, '언젠가 나도 이렇게 해야되겠다'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서 약 보름동안 새벽마다 EFT하고 명상하면서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면서 아버지의 묵은 한을 풀어드렸습니다.
자식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는 심정으로 한 것인데 다행히 편안하게 제 정신으로 가셔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느낍니다. 가족과의 이별을 앞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제 경험담 올립니다.
아버지 유골은 사천 누리원에 모셨습니다. 실안 낙조로 유명한 곳인데, 아버지께서 여기에 편히 쉬시고 다음 생에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버지 고맙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