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3 여고생이 척추 협착증으로 인한 요통을 치료하려 내게 와서 나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어른들에게만 생기는 척추 협착증이 왜 이런 어린 친구에게 생겼지? 이럴 수도 있나?’ 나는 놀란 기색을 감추고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녀는 중학생 때 이미 요추 디스크 탈출증이 생겼고, 그것이 몇 년 지속되어서 이제는 척추 협착증 진단을 받은 것이었다. 고3이라서 공부를 해야하는데, 30분도 앉아있기 힘들어했다. 나는 허리 통증이 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무엇이 그렇게 버티기 힘들었나요?” 그녀에게도 이 질문을 했고, 역시나 정답이 나왔다.
그녀의 부모님은 소통이 안 되어서 늘 서로에게 냉랭하고 싸우고, 아빠와 대학생 오빠의 사이도 늘 안 좋았는데,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이 집안의 심리적 도우미와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늘 책임감과 부담감이 너무 컸다. ‘내가 엄마 아빠 사이를 좋게 해야해. 내가 우리 집안 분위기를 책임 져야해. 내가 잘 해야 우리 집이 쪼개지지 않고 유지돼. 나는 엄마도 아빠도 위로해야 해.’ 그녀의 성격은 실제로 밝고 명랑하고 공감 능력이 가득해서 누구나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는 결국 과다하게 밝고 착하고 책임감이 강했고 이것이 모두 그녀의 허리를 망가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 비록 나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헤어져서 우리 집이 쪼개질까봐 너무 두렵고, 내가 엄마 아빠를 위로해야 우리 집이 유지된다고 느끼지만 깊이 완전히 나를 받아들입니다.
- 비록 나는 내가 우리집 분위기를 살리고 유지하지 못하면 우리 집이 쪼개질까봐 너무 두렵지만 깊이 완전히 나를 받아들입니다.
- 비록 나는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버겁고 힘들고 버티기 힘들지만 깊이 완전히 나를 받아들입니다.
이상이 그녀와의 상담에서 썼던 수용확언들이다. 이렇게 그녀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EFT로 지워주고 풀어주니, 매주 한 번씩 상담할 때 마다 좋아졌고, 두 달 뒤에는 한 두 시간도 거뜬하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고3이라서 이 정도에서 상담은 중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