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의 첫 독자가 바로 나이고, 또한 이 책의 효과를 제일 먼저 본 사람도 바로 나일 것이다. 나는 처음에 최인원 작가로부터 초고를 받고서,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원고를 몰입해서 읽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았다. 그러자 불과 몇 달 만에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
그중 첫번째 이야기이다. 나는 어렸을 때 집안 사정때문에 서울,부산,충청도 등 팔도를 다 돌면서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유목민 성향이 생겨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능률이 올랐다. 그래서 어느덧 또 작업실을 옮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용인 집에서도 가깝고, 또 요즘 소위 핫하다는 판교가 마음에 땡겼다. 그런데 좋은 곳은 비싸기 마련인데, 나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갈등이 생겼다. ‘과연 판교같이 비싼 곳에 내가 원하는 쾌적한 작업실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배운 대로 일단 해보기로 했다. 먼저 내가 원하는 작업실의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주변에 도서관과 공원과 녹지 등의 편의 시설이 있고, 작업실이 쾌적하고 말 그대로 멋있고,임대료는 월30만원 이내이며, 이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한다. 그리고 나는 확언을 했다. “나는 이런 멋진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일한다.” 이렇게 매일 확언하고, 간혹 의심과 걱정이 올라오면 EFT도 하면서, 틈 날 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찾을 기미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데나 찾아 나설 수도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한달 보름이 지나서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는데,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맞는 작업실이 저렴한 가격에 나온 것이 아닌가! 판교의 어느 작업실 주인이 일부 공간을 임대한다는 것이었다. 느낌이 너무 좋아서 직접 찾아가 보니, 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신도시라서 공원과 녹지와 수변 공원이 잘 조성되어있고, 도서관도 바로 곁에 있고, 작업실 자체도 말 그대로 멋지고 아늑했다. 게다가 공간을 공유하는 작업실 대표는 화가이자 디자이너로서 깨어있는 지성으로 반짝이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 물론 가격도 당연히 내 조건에 맞았다. 그래서 나는 이 원고의 그림을 이 멋진 곳에서 신나게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