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폐쇄 공포증을 호소한다. 버스, 지하철, 지하 주차장, 사람이 꽉 찬 곳, 터널, 비행기, 엘리베이터 등의 갇힌 느낌을 주는 장소에만 가면 식은땀이 나고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오고 심장이 발작하듯이 뛴다.
이런 공포가 극심하면 이 모든 것들을 피하게 된다. 전에 내가 치료했던 은퇴한 부유한 사업가는 제주도에 별장이 있는데, 비행기를 못타서 배를 타고 갔고, 상당수의 폐쇄 공포증 환자들은 아예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폐쇄 공포는 극심하고 명백한 사실인데, 환자 자신들도 의료계에서도 도대체 자신들이 왜 이런 공포를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엄마 뱃속 트라우마를 이해하게 되면 폐쇄 공포의 원인을 잘 알게 된다. 엄마 뱃속에서 환영받은 아이들은 자궁이 자신을 보호해주는 따뜻한 천국이라고 느낀다. 반면에 엄마 뱃속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지워질뻔했던 사람들은 자궁을 자신을 가두고 고문하는 관짝 모양의 고문대라고 느낀다.
평소에는 이 관짝의 공포는 환자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 그러다 폐쇄된 공간에 들어서면 그 사람의 무의식은 이것을 자궁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의 태아가 자궁 속에서 느꼈던 그 끔찍한 공포와 고통이 한꺼번에 확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이 공포를 비유해서 설명하면 세월호 생존자가 인양된 세월호 내부로 들어갈 때 느끼는 충격이나 용산 압사 사고 생존자가 다시 그 골목길로 들어갈 때 받는 충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낙태 생존자가 특히 그러하다. 이렇게 충격의 강도가 너무 크고, 그 원인을 기존 심리학계와 의료계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가 더디고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