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례를 보자. 입스를 심하게 겪고 있는 포수를 만났다. 그는 투수한테 공을 제대로 돌려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캐치볼을 할 때조차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 공의 실밥을 힘주어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송구에 관한 나쁜 기억을 지워서 어느 정도 괜찮아 질 때가 되었는데도 자꾸 입스가 반복적으로 도지곤 했다. 그래서 원인을 더욱 깊이 찾아보기로 했다. “입스 느낌이 들 때 어떤가요?” “연습 때는 괜찮은데 시합이 딱 시작되고 포수석에 앉으면 두려움이 올라오고 사람들 시선이 계속 의식되고 가슴이 쌔합니다.” “그러다 실제로 공을 잘못 던지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음, 절망감? 마치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느낌, 버려질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을 많이 느껴요.”
“입스를 앓기 전부터도 그 느낌이 조금씩 들었죠?” “네 그랬어요. 입스가 아니어도 실수할 때나 내가 무언가 잘못 했을 때 그런 마음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야구를 시작하기 전 초등학교 5학년때에도 좀 그랬던 것 같아요?” “네. 어릴 때부터 긴장과 두려움이 많았어요. 반 애들 앞에서 발표도 잘 못하고, 특히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싸늘하고 쌔한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그게 입스가 나올 때 느낌이랑 거의 흡사해요.”
“자, 어린 시절로 한 번 돌아가 볼게요. 쉼 호흡 크게 한번 하고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으면 말해줄래요?” “(한참 생각한 뒤) 긴장하고 있는 모습, 위축되어있는 모습이에요.” “더 어렸을 때, 3~4살 때도 그랬을 것 같죠?” “네. 똑같은 모습이에요.” “그 보다 전 완전히 아기였던 때도 그랬을 것 같아요?” “네. 그게 지금껏 이어져 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선수는 딱히 부모님이 앞에서 싸우거나 심하게 혼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로 계속 돌아가면서 깜짝 놀라고 쌔한 느낌을 받았을 법한 상황을 생각하며 계속 두드렸다. “혹시 엄마도 본인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네! 맞아요. 저희 어머니도 가끔씩 깜짝 놀라거나 가슴이 쌔하게 불안해질 때가 있다고 하세요.” “자, 그럼 엄마 뱃속에 있을 때로 한 번 가볼게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마음이 뱃속에 태아일 때도 그대로 느꼈을 것 같은지 한 번 살펴봐요.” “그랬을 것 같아요. 엄마가 그러니까 나도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느낌인 것 같아요.”
선수 어머니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는 못해서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입스의 근원적 원인이 되었던 불안과 두려움은 태아 때 엄마로부터 시작되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 법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하나씩 두드렸다.
- 그 안에서 두렵고 불안했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구석에서 움츠리고 불안해했다. 세상의 전부인 엄마가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니까 내 온몸이 떨리고 두려웠다. ‘그 안에서 혼자 얼마나 두려웠니? 얼마나 깜짝 놀라고 무서웠니? 세상이 무섭게 느껴져서 얼마나 나가기 싫었니?’ 나는 이렇게 힘들고 괴로웠지만 깊이 진심으로 나를 받아들입니다.
자궁 안에서 움츠리고 두려워하고 있는 내면의 아이를 생각하며 쭉 두드렸고, 그는 여러 번의 한숨을 내쉬었고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분위기가 밝아 보여요. 태아가 움츠리고 떠는 모습도 사라지고 그냥 편안하게 있는 모습이에요.” 이렇게 몇 번 더 당시의 작고 여린 아기의 모습을 생각하며 감싸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EFT를 해나갔다. 그랬더니 점차 편안해진 마음이 들었고, 실제 현장에서도 입스의 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그가 말했다. “코치님 공 던지는 게 확실히 편해요. 아주 가끔씩 공이 빠지긴 해도, 깜짝 놀라면서 쌔한 마음이 정말 1이하로 줄었어요. 특히 실수할 때마다 주눅이 들고 소심하게 플레이했던 습관이 거의 다 사라졌어요. 이젠 당당하게 던집니다.”
출처: <스포츠 멘탈 코칭 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