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결혼한 지 1년 된 32세 여성 김영미(가명)님이 내게 왔다. 그녀는 우울증이 극심했는데, 한 달 전에 임신 8주 째에 자연유산이 되었다고 했다. 임신 전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임신 기간 내내 극심한 우울감과 무력증에 시달리다가 자연 유산이 되었다고 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자궁경부가 너무 무력해서 애기를 받쳐주지 못해서 그렇다고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이런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그녀의 우울감과 상실감과 불안은 너무 커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다.
임신 기간 동안 그녀의 심리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아기가 생겨서 기쁜 마음보다 너무 무섭고 우울하고 불안했다고 했다. 이에 그동안 많이 들었던 생각과 느낌을 적어 보라고 했고, 다음과 같았다.
- 아무도 없는 곳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다.
- 갑자기 무슨 일이 터져서 잘못될 것 같다.
- 아기가 나처럼 살까봐 무섭다.
- 내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 아기가 나처럼 살면 안 돼.
- 아기가 잘못되면 전부 내 책임이다.
-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만사 귀찮다.
-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죽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이 생각들을 보니 엄마 뱃속 트라우마 같았고, 시기상으로도 산모는 임신기간 동안 엄마 뱃속 트라우마가 잘 올라온다. 이에 그녀에게 엄마 뱃속에 있던 순간을 떠올려보게 하고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말해보게 했다.
- 엄마가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 엄마가 나를 귀찮아해요. (참고로 그녀에게는 두 살 위의 오빠가 있다.)
-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엄마가 항상 뭔가 잘못될까봐 불안해해요.
- 아빠가 엄마를 챙겨주지 않아서 엄마가 늘 외로워해요.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녀를 임신했을 때의 심리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물어보니 그녀가 말한 내용대로 그녀의 엄마도 당시에 심각한 임신 중 우울증을 겪었던 것으로 보였다. 엄마가 임신 중 우울증을 앓고, 그 딸이 다시 임신해서 임신 중 우울증을 겪었던 것인데, 이런 식으로 엄마 뱃속 트라우마는 대를 이어서 지속된다. 아마도 그녀의 엄마의 엄마 곧 외할머니도 임신 중 우울증을 앓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의 이런 생각과 감정을 매주 1회씩 석 달 정도 EFT로 지워주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그녀가 다시 왔는데 이번에는 임신 5개월째였다. 이번 임신에는 기분이 어떠했냐고 물으니 첫 임신과 달리 너무 편안하다고 했다. 다행히 1년 전에 엄마 뱃속 트라우마를 치유한 것이 이번 임신에는 그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순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