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불안 장애, 홧병, 우울증 등을 동시에 앓고 있는 30대 중반의 기혼 여성을 치료했다. 그녀의 증상을 다 나열하면 책 한권을 채울 정도로 방대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이한 사항이 있었다. 그녀는 고소 공포증이 극심했는데, 불과 3층 이상 정도 되는 높이만 되어도 바들바들 떨고, 특히 바닥이 유리로 된 투명 다리는 절대 건너지 못했다. 거의 평생 이 증상이 있었다고 했다. 거의 평생 있었던 증상이라고 해서 엄마 뱃속 트라우마일 가능성이 커보여서 나는 그녀에게 엄마의 그녀를 가졌을 때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외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엄마 같은 따뜻한 분이셨는데, 엄마가 저를 낳기 한두 달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그 충격에 거의 정신을 놓은 상태로 장례를 치르다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산부인과에 갔더니, 의사가 벌컥 화를 냈데요. ‘지금 자궁 경부에 힘이 없어서 애가 빠지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애가 언제 빠질지 모르니 꼼짝 말고 집에만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이 말을 듣고 몇 달 동안 누워만 있다가 드디어 저를 낳았데요.”
이에 나는 그녀에게 그때의 엄마 자궁 속으로 들어가서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마치 경기 하듯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제 발밑이 지금 당장 밑으로 쑥 빠질 것 같아요. 땅이 당장 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나는 1시간 동안 내내 그녀에게 EFT를 해주면서 이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을 지워주었다. “선생님 이제는 땅이 단단해서 꺼질 것 같지 않네요. 이제 안심이 되네요.”
아마도 그녀의 엄마는 엄마 같은 외할아버지를 잃으면서 엄마를 잃은 것 같은 슬픔에 빠졌고, 이런 극한의 슬픔과 무력감이 자궁 경부를 무력하게 해서 하마터면 유산이 될 뻔했고, 태아는 그것 때문에 발밑이 꺼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결국 이 엄마 뱃속 트라우마가 그녀가 평생 느낀 고소공포증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이렇게 치료 받은 이후에 고소공포증이 사라져서 유리 바닥으로 된 다리도 건너게 되었다. 이렇게 엄마 뱃속 트라우마는 무의식에 각인되어 우리의 평생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