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30대 초반의 여성이 내게 왔다. 그녀의 우울증은 극심해서 평생 친구도 애인도 없었고, 늘 살기 싫다는 생각 속에 빠져 있었다. 당시에 그녀가 자주 하는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 살아서 뭐 하나. 사는 것은 무의미하다.
- 나는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아무도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 모든 사람이 나를 떠나갈 것 같다.
- 나는 내가 싫다. 나 같은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 지금 당장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 나는 아무 것도 못할 거야.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어렸을 적 가정 상황을 들어보니 아빠는 늘 엄마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고, 엄마는 늘 아팠다. 10살 많은 오빠가 있었는데 벌써 결혼을 했고, 폭력적인 아빠가 싫어서 오빠에게 의지하고 싶었는데, 오빠는 자신에게 엄하고 차가웠다. 그녀는 엄마는 불쌍하기는 한데 늘 자신에게 푸념을 늘어놓아서 그런 엄마가 짜증나고 부담스러웠다. 초등학생 때에는 아빠가 주식 투자로 전 재산을 날려서 집을 날렸고, 단칸방에 4 식구가 살게 되었고, 엄마가 늘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이런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을 몇 달에 걸쳐서 매주 1회씩 상담하면서 EFT로 치유하고 지웠다. 기복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안색은 확실히 밝아지고 목소리에도 힘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여전히 ‘나는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라는 우울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녀의 우울증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이 신념을 다룰 필요가 있었고, 물론 당연히 이런 뿌리 깊은 자아상은 엄마 뱃속 트라우마의 흔적이므로 엄마가 그녀를 임신할 무렵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엄마가 오빠를 낳고 나서 아빠가 너무 싫고 미워서 계속 같이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데요. 또 저를 낳기 전까지 계속 아팠대요. 그래서 점장이에게 가서 이혼하는 것이 좋을지 또 언제 아픈 것이 좋아질지를 물었대요. 그랬더니 점장이가 애를 하나 더 낳으면 남편과의 관계도 풀어지고 몸이 아픈 것도 나을 거라고 해서 저를 낳았데요.”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하자 마자 갑자기 시뻘개진 얼굴로 비명 같은 울음을 내지르면서 외쳤다. “어떻게 그렇게 나를 낳을 수가 있어요! 엄마와 아빠는 나를 원한 게 아니잖아요. 내가 자기들이 살기 위한 수단이에요?”
이렇게 그녀가 오열하면서 환영받지 못하고 잉태된 느낌을 마구 쏟아내었고, 우리는 EFT로 이런 생각과 감정을 열심히 지우고 치유했다. 그녀가 엄마 뱃속에서 받았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엄마는 나에게 관심이 없어. 나는 그저 엄마가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야’였다. 그녀의 엄마는 몸도 너무 아프고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서 10년 동안 애를 갖지 않다가 점장이 말에 그녀를 낳은 것이었다. 하여튼 이렇게 엄마 뱃속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나자 그녀의 우울증은 깨끗이 사라졌는데, 30여 년 간 평생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우울증이 사라지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우울하지 않은 나 자신이 조금 낯설어요.”